말씀과 함께
목회 칼럼

[2016.01.10] 저것은 벽 - 노승환 목사

관리자 조회1322 Jan 08, 2016

저것은 벽.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라는 시는 이렇게 시작하고 있습니다.

벽이 가로막혀 있으면 절망스럽습니다.
저 벽은 넘기 힘들다고 느껴지면 좌절하게 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높고 두터운 벽들을 많이 만나게 되지요.
사람과의 관계 가운데 세워진 벽, 재정 어려움의 벽, 건강의 벽, 불가능한 꿈의 벽.

그중에서도 우리 신앙인들은 때로 “말씀실천”의 벽을 만나기도 합니다.
말씀을 몰라서도 아니고, 하나님의 뜻을 몰라서도 아니지만 그 깨달음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는 비애감마저 들기도 합니다. 몰라서 못하면 변명이라도 있겠지만 잘 알면서도 못하는 것에는 스스로 “위선”이란 생각에 마음이 곤고해집니다. 그렇기에 때로는 지식이 늘고 알아가는 기쁨이 더 큰 부담감으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것은 벽,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하며 고개가 떨구어지는 때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담쟁이는 꿋꿋이 그런 벽을 오른답니다. 담쟁이는 묵묵히 서두르지도 않고 앞으로 나아간답니다. 담쟁이는 늘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벽을 올라간답니다. 저희 집 뒤뜰에도 정확한 식물명은 모르겠지만 봄에는 담을 기어오르는 담쟁이를 기릅니다. 매일 나가보면 늘 그 자리 같지만 한 두서너 주 만에 나가볼 때면 어느 순간엔가 담을 훌쩍 넘어가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높은 벽은 그렇게 넘어야하는가 봅니다.
조금씩 서두르지 말고 인내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혼자서는 벅차기에 여럿이 더불어 힘을 합해 오르는 것입니다. 계속 그 자리인 것 같이 느껴지겠지만 일 년, 오년 세월이 지나 아래를 내려다보면 까마득히 높이 올라와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도 어느새 담쟁이 잎 수천 개를 거느리고 말입니다.
할렐루야!

시 한편이 주는 위로가 큽니다.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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